가장 보통의 존재라고 한다면...2008년에 나온 언니네 이발관의 대표 앨범 이름이다.
흰색 바탕에 마치 전선의 엉킴과 같은 제목 타이포그래피와 흐릿한 새(아마도 비둘기..)의 그림자가 앨범 제목처럼 말 그대로 가장 보통의 풍경,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어릴 때는 미래의 나 자신에 대해서 특별한 기대가 가득했다. 지금은 그때의 상상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절망적인 미래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릿속은 환상으로 가득 찼고, 거리를 걸을 때면 예상치 못했던 기적을 만날 것만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지금은 수많은 걱정들이 하나 둘 씩 돌아가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 중이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마무리되면 그 문제를 흘려보내지 못하고 마음의 큰 응어리로 쌓아둔다. 출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마음에 견고한 창고를 만들어두고 가장 단단한 자물쇠로 잠근다. 분명 그것을 가둔 건 나 자신임에도, 난 비밀번호도 모르고 창고를 부술 용기도 없다.
아직도 나를 지극히 평범한 존재로 낮추지 못해서 일까. 나를 가장 보통의 존재라 여긴다면 어떤 일이 내게 일어나든 부정하지 않고 수긍하는 것이 맞지 않나. 삶이 기대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특별한 존재에게 작용하는 일이지, 보통의 존재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인데. 거의 잡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시 바람결에 휭하고 날아가 영원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 또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것인데. 좋은 우연이든 나쁜 우연이든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또 어떤 인연이 머무르든 사라져가든 그 어떤 것도 부정할 자격인 없는 존재인데. 가장 보통의 존재란 그런 것인데..
여전히 미련과 불안과 좌절감이 내 안에 끊임없이 맴돌며 소용돌이치는 것을 보면 난 아직도 내가 가장 보통의 존재임을 진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나 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